서울 강동구의 한 사립고 영어교사 A(52)씨는 지난해 기말고사 때의 악몽이 생생하다.

시험에 문법 문제를 냈다가 귀가 아플 정도로 학부모의 항의전화에 시달린 것. A교사는 “영어권에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다던데 맞느냐, 요즘 누가 그런 문법책을 보는 구시대적 교육을 하느냐, 미국에서 잘 쓰지도 않는 문법 가지고 뭐하는 거냐” 등 온갖 수모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학부모가 회화실력을 중시해 그것을 못하면 대놓고 무시한다”며 “발음만 하더라도 나보다 훨씬 나은 학생이 한 반에 10~1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A교사는 교과서를 읽기도 겁난다고 했다.

일선 학교 영어교사들의 수난시대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의무교육을 실시한 지 10년째 접어들고 각종 해외연수를 경험한 학생이 늘어나면서 영어교사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높아만 가는데 이를 따라가기에 교사들은 벅차기만 하다. 지난해 4개월간 어학연수를 받은 대구시내 중ㆍ고교 교사 50여명의 영어회화능력 평가시험 평균 점수는 같은 시험에 응시한 전국 중학생의 평균 점수보다 10점이 낮았다.

또 교육인적자원부가 2005년 3월 영어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272명의 중ㆍ고교 영어교사를 상대로 실시한 토익(TOEIC) 점수는 평균 718점, 이는 같은 해 대기업 신입사원의 토익점수 평균인 778점보다 낮은 수치였다.

가뜩이나 주눅이 든 교사들은 강남 등 해외연수와 고급 사교육을 받는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 오금이 저려온다. 강남의 한 고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 김모(27) 씨는 “40, 50대 영어선생님들은 원형탈모증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젊은 교사에게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원어민 교사와의 관계에서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모 사립고 교감 박모(56) 씨는 “타 과목에 비해 영어교사들의 직무연수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실력이 모자란 교사들은 직무연수에 참여하는 ‘보충수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학에서 실시하는 TESOL(영어교사 전문양성과정)은 방학이면 수강생 중 절반 정도는 현직 교사가 차지할 정도. 또 단기간에 실력이 늘지 않는 영어의 특성상 5개월여의 장기연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시 교육청의 관계자는 “올해 대학위탁 직무연수, 합숙연수 등 국내연수만